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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 참여 후기

   '열하일기'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이 1780년(정조 4년) 청나라 건륭제(乾隆帝)의 70세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의 일원으로 중국 베이징(北京, 연경)을 거쳐 열하(熱河, 현재 허베이성 청더)까지 여행하며 겪고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기행문이다.

 

 

  여행경로는  한양 → 압록강 → 요양 → 심양 → 산해관 → 북경(연경) → 열하 이다. 중간에 만리장성을 거쳐서 성 밖으로 나오는 여정도 있다.

 

 

1. 실학 사상의 결정체:

 

   - 청나라의 발달된 농업, 상업, 공업 기술과 문물 제도를 자세히 기록하고, 조선의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는 북학론(北學論)을 구체화 했다.

   - 특히, 수레와 배를 이용한 유통 수단과 도로망 건설의 미비함을 조선 빈곤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며 이용후생의 정신(백성들이 편리하고 풍족하게 살도록 하는 실용사상)을 강조했다.

 

 

2. 문학사적 가치:

 

   - 당시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한 「호질」, 「허생전」, 「양반전」 등 뛰어난 문학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 딱딱한 고문체(古文體)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는 구어체와 파격적인 문장력을 사용하여 문체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3. 역사/문화적 자료:

 

   - 당시 청나라의 사회, 풍속, 지리, 건축, 과학, 종교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상세한 견문이 담겨 있어 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 흔히들 그를 양반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문학가 정도로만 알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하지만 그의 저작 속에서 만난 연암(燕巖) 선생은 기존의 피상적인 지식을 완전히 깨뜨리고 새로운 통찰을 안겨주었다. 그는 단순한 문인이 아닌, 풍류를 즐길 줄 알며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입체적인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거의 천재에 가까운 지성인이었다. 특히 우주의 과학적 원리까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가 가진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당대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연암 선생의 면모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온전히 조명될 수 있었다.

 

   연암 선생의 지성은 단순한 학문적 유희에 머물지 않았다. 그의 모든 관심은 백성들의 보다 나은 삶을 향해 있었다. 청나라를 여행하는 5개월여간의 여정 내내, 그는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다. 청나라의 선진 문물과 문화, 사회 시스템 전반의 것들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 모든 기록과 고심은 조선 백성들의 실생활에 활용하여 그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일념에서 비롯된, 일관된 실용주의자의 모습이었다.

 

 

   박지원을 비롯하여 당시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등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에는 이처럼 백성을 위한 실용적 지혜로 빛나는 보석 같은 인재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러나 이들의 뜻은 당대의 사대부 양반 중심의 유교 사상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 논리라는 두꺼운 장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고 스러지고 말았다. 나라의 발전을 위한 실용주의적 개혁 정신이 낡은 사회 시스템에 의해 좌절된 역사는 독자로서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나라든, 조직이든, 가정이든, 주류의 사상과 태도가 그 공동체의 성패와 부귀를 좌우한다는 진리를 연암의 시대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처럼 깊은 통찰과 감동을 주는 걸작을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열하일기'를 통해 나는 풍자 문학가가 아닌 철저한 실용주의자이자 백성을 사랑한 지성인으로서의 연암을 발견했다. 그의 지혜와 헌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경받아 마땅하다. 연암 선생을 비롯한 그 시대의 실용주의 실학자들이 보여준,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뜨거운 열정과 지성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그들의 좌절된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소중한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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