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소식
「노무현 평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 이백만 전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전 청와대 홍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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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이백만 전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대사의 서평을 전합니다.
<노무현 평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 이백만 전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전 청와대 홍보수석

한국 국민의 머릿속에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신뢰도 호감도 등 여론조사에서 노무현은 항상 압도적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를 ‘노무현 현상’이라고 부른다. 왜 노무현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을까. 과연 노무현 현상은 무엇인가. 윤태영의 <노무현 평전>에 그 디테일이 빼곡히 담겨 있다.
윤태영은 38년 전인 1988년부터 노무현과 인연을 맺은 후 서거 때까지 노무현을 최측근에서 직접 보좌했고, 서거 후에도 노무현과 관련된 각종 기록 정리 업무에 몰두했다. <노무현 평전>은 그 결과물이다.

[사진: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윤태영 당시 비서관]
노무현 현상을 제대로 알려면 <노무현 평전>을 봐야 한다. 그렇다고 <노무현 평전>을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통독할 필요는 없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알기 위해 처음부터 성경을 통독하지 않는다. 불교 신자도 마찬가지로 불경을 처음부터 통독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경전의 필요한 부분을 일부 읽는다. 나중에 어느 정도 신앙 체계가 잡혀 경전을 통독할 필요성을 느꼈을 때 통독한다. <노무현 평전>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노무현 평전>과 <노무현 현상>을 세 가지 시각에서 살펴볼까 한다. 첫째는 노무현 대통령 홍보수석을 지낸 사람으로서 필자 개인의 시각이다. 둘째는 국민적 시각이고, 셋째는 어느 출판사 편집진의 시각이다.
예수님 속의 노무현, 노무현 속의 예수님
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교황청 한국대사(2018~2020년)로 로마에서 3년 복무했다. 지인들이 교황청 대사가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선문답 식으로 “한반도 평화와 인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라고 웃으면서 말하곤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주교황청 대사는 교황청의 교황 추기경 몬시뇰 신부 등 사제들과 수녀들을 상대로 일하는 자리인 만큼 주요 업무가 기도에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난다.

[사진: 이백만 전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대사(오른쪽), 출처 뉴스1]
필자는 기도할 때마다 예수님과 노무현이 자주 오버랩 되곤 했다. 예수님을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이고, 노무현을 생각하면 예수님이 떠올랐다. 가톨릭 신자들은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사도신경을 암송한다. 그 일부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이 대목을 암송할 때마다 예수님과 노무현이 오버랩 되곤 한 것이다.
예수님은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형으로 순교했다. 빌라도 총독의 지시를 받은 로마 군사들이 예수님을 처형한 것이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는 예수님의 모습, 그 속에 노무현이 보였다.
2009년 5월 이명박 통치 아래서 정치검찰은 노무현을 무도하게 압박했다. 2009년 5월의 상황이 2000년 전 예루살렘 상황과 어찌 이렇게 닮았을까. 예수님을 죽인 사람은 빌라도 총독과 로마 군사들이지만 그 배후에는 당시 예루살렘 기득권세력이 있었다. 노무현 서거의 배후에도 한국의 보수 기득권세력이 있었다.
노무현의 서거는 ‘정치적 타살’이었다. 필자는 이를 ‘정치적 순교’라고 규정한다. 한국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적 순교!

정치검찰의 의도와 달리, 노무현은 부활했다. 노무현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온 국민이 슬퍼하며 애도했다. 추도 물결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노무현의 ‘정치적 부활’이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책이 신약성경이다. 교회사가들은 예수님을 직접 수행하며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을 ‘목격 증인’이라 부른다. 열두 사도가 대표적인 목격 증인이다. 노무현에게도 목격 증인이 많다. 윤태영이 가장 대표적인 노무현의 목격 증인이다. 예수님의 목격 증인들은 기도와 묵상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신약성경을 기록했다. 윤태영도 노무현 서거 후 17년 동안 오로지 노무현만을 생각하며 <노무현 평전>을 썼다. 피눈물이 어려있는, 윤태영의 기록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알려면 신약성경을 봐야 하듯이,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을 알려면, <노무현 평전>을 봐야 한다.
여전히 ‘민심은 노무현’
노무현에 대한 국민적 시각은 영향력 있는 언론사와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의뢰를 받아 한국갤럽이 조사한 ‘2026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다. 2026년 9월 6~8일 조사하여 20일 발표한 내용이다. 조사 항목 중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에서 33.0%의 국민이 노무현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박정희 21.2%, 김대중 12.3%, 문재인 이명박 6% 순이다. 이승만 김영삼 노태우 등은 바닥 수준이다.
필자가 가장 눈여겨본 조사는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항목에서 노무현은 40%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박정희 24%, 김대중 10%, 문재인 6% 등이다. 노무현의 호감도가 박정희 김대중 문재인 3인의 호감도를 합친 것과 같다. 여기에서도 이승만 김영삼 노태우 이명박 등은 바닥 수준이다.
여론은 민심을 반영한다. 위 여론조사 결과를 쉽게 풀이하면, “여전히 민심은 노무현”이라는 의미다. 국민은 왜 노무현을 마음속 깊이 담고 있을까. 어떤 인물이기에, 어떻게 살았기에, 어떤 정책을 했기에, 노무현을 신뢰하고 좋아하는 것일까. 그 디테일이 모두 <노무현 평전>에 담겨 있다.

‘불멸의 노무현’ vs ‘불멸의 희망’
노무현 대통령은 필자가 홍보수석으로 있을 당시 묵직한 숙제를 하나 내줬다. 대통령과 필자는 어느 날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훌륭한 기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쓰는 재주가 있더라고요. 이 수석님, 훌륭한 기자 출신이지요?” “예?”(나는 멈칫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러시나) “참여정부의 중요 정책과 철학을 책으로 한번 써보실래요. 신문 연재 기사를 쓰듯이~.” 필자는 속으로 “아이쿠~.”했다. 그리고 “한번 해보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필자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뵙고 일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노무현에 대한 책을 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숙제를 거부할 수가 있는가. 기자 시절의 기질을 발휘했다. 홍보수석에서 물러난 후, 출생부터 대통령 퇴임 때까지의 자료 수집에 나섰다. 관계자 인터뷰도 했다. 집필 준비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원고를 거의 마치고 탈고할 무렵 큰일이 터졌다.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한 것이다.
출판 작업을 중지하고 장례를 치르는 데 전념했다. 49재를 마치고 출판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중견 출판사로 좋은 책을 많이 내고 있던 21세기북스와 출판 계약을 했다. 문제는 책 제목이었다. 출판사 편집진은 ‘불멸의 노무현’으로 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들은 2004~2005년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대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것 같았다.

[사진: 청와대에서 촬영한 노무현 대통령과 이백만 전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대사(왼쪽에서 두 번째)]
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대통령 서거 후 장례식 때의 애도 물결을 봤을 때 국민 여론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노무현을 영웅화한다는 것은 몹시 어색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들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정의로운 정치지도자가 불의의 세력에 의해 운명을 달리 했을 때 그의 사후 인기는 아주 오래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김구, 미국의 링컨 케네디 등을 예로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불멸의 노무현’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타협을 본 것이 ‘불멸의 희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을 이야기했다. 국정 중심에 희망을 심었다. 중장기 사회복지 정책인 ‘비전 2030’이 대표적이다. 한미FTA도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을 위한 정책이었다. 필자는 출판사 편집진과 참여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책 제목을 정했다. ‘노무현의 가치, 노무현의 정책 – 불멸의 희망’으로!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21세기북스 편집진의 의견에 일리가 있었다. 노무현의 인기는 계속 높아만 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정치가 길을 잃을 때마다 국민은 노무현을 찾는다. 정치인들은 봉하마을을 방문하여 노무현 묘에 참배한다. 노무현은 이제 한국 정치의 나침반이 되었다. 노무현이 생각했던 ‘희망’을 어떤 것이었을까. 그 또한 <노무현 평전>에 담겨 있다.

[사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노무현 평전>을 올린 윤태영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