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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소식

사무총장을 사임하며

by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 · 2023.12.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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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에서의 14년은 새로운 노무현이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무현재단 사무총장 고재순입니다.

 

저는 12월 31일 자로 14년 3개월 노무현재단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합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캠프와 참여정부 청와대 시절까지 합치면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시고 꼬박 20년을 일한 셈입니다.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1990년 9월 (꼬마) 민주당 당직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정당과 국회에서 일하면서 노무현 의원을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원칙과 상식, 정의롭고 당당하며 국민을 위해 혼신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때 가졌던 소망을 노무현재단에서의 14년 동안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으로 모셨던 청와대 시절보다 더 깊고 풍성한 당신의 정치철학을 배운 시기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 편에서 정치와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의 중요성을 절절하게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과 함께 저 또한 새로운 노무현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막상 재단을 떠난다고 하니, 새삼스레 지난 14년간 시민, 후원회원들과 함께 울고, 웃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재단 출범 초기에는 후원회원은 모을 수 있을지, 재단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사무실은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법인 출연금은 적었지만, 후원시스템을 열자마자 물밀듯이 들어오는 회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사랑과 추모의 마음 같았습니다. 

 

노무현재단은 자금이 있어도 사무실 계약조차 쉽지 않은 엄혹한 시절도 보냈습니다. 자부담 능력이 있음에도 번번이 보수 정부로부터 거절당했던 전직대통령기념사업도 지난해 노무현시민센터 개관을 끝으로 13년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다수 대학과 공공시설에서 장소 이용을 거부해 성공회대 운동장에서 진행했던 재단출범 콘서트, 6개 도시 순회 1주기 추모문화제, 시민 박석으로 조성된 대통령묘역, 김해시 및 마을 주민들과 오랜 기간 협의했던 봉하 대통령기념관사업, 부지 선택부터 공사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던 서울 노무현시민센터 건립사업 등은 후원회원들의 참여와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들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세종문화회관 추모 전시, 6만여 시민이 함께한 10주기 광화문광장 추모문화제,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시민들의 추모 열기가 뜨거웠던 10주기 추도식…. 노무현의 시간을 곁에서 함께해 주신 회원, 시민 여러분을 보며 너무나 큰 감동과 힘을 얻곤 했습니다. 

 

12년 준비 끝에 봉하 대통령 전시관과 서울 노무현시민센터가 개관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봉하 전시관을 둘러보시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추억에 잠기고 눈시울이 젖는 회원님들, 노무현시민센터에 첫발을 들이던 날 “여기 벽돌 몇 장은 내가 얹었어, 우리 집이야!”라고 말씀하시던 회원님을 보며 너무나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봉하마을과 노무현시민센터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이 방문하고 계십니다. 노무현재단은 국내는 물론 외국 기념재단에서도 부러워하는 명실상부한 전직대통령기념재단이 되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소명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노무현재단은 제2의 도약을 향해 나아갑니다. 재단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동안 노무현재단과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임직원을 믿고 격려해 주신 6만 2천 후원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이 어려운 일들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노무현재단에서 다져진 새로운 노무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뵙길 바랍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어디서나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12월

 

고재순 올림

0 / 1000
  • 그만둔지도 몰랐었네... 수고하셨고, 항상 응원합니다~~~

    2024.4.11. 14:18
  • 총장님 고생했습니다. 지금 준비하시는 일 좋은 결과 있길 기원해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2024.1.3. 11:31
  • 어떤 이유로 사임를 하건..어쨋든 지금의 노무현재단이 건재할 수 있게 여러모로 애쓰고 힘쓰셨습니다. 고맙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4.1.1. 08:20
  • 무엇 때문에 그만 두시는 지 알 수 없지만 섭섭합니다. 고생한 사람 내쫓는 것 같은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2023.12.3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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