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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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낮게 내려앉은 원서동 언덕, 노무현시민센터에 기분 좋은 소란함이 번졌습니다. 지난 3월 28일 토요일 오후, 센터 지하2층 다목적홀 가치하다에서는 '2026 노무현재단 콘텐츠랩 공모전의 마침표를 찍는 시상식과 네트워킹 모임이 열렸습니다. 시상식장에는 수상자들을 포함해 총 45명의 시민이 함께하며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10대 청소년부터 삶의 단단한 경험을 쌓아온 40대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한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객석을 채운 아이들의 들뜬 움직임이나 무대 순서를 기다리며 연신 손을 만지작거리던 청년들의 긴장된 얼굴이 현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 137편의 목소리가 모여 만든 희망
이번 공모전은 두 가지 커다란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노무현 정신'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시대의 가장 아픈 구석인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는 방법이었습니다. "특권이 없는 사회도 중요하지만, 차별이 없는 사회는 더 중요하다"던 대통령의 그 마음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재단은 시민들의 시선이 궁금했습니다. 고맙게도 이번 공모전에는 영상과 이미지를 아울러 총 137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있는 문제를 응시하고 노무현 정신으로 그 해법을 고민한 흔적들이 역력했습니다. 치열한 심사 끝에 18편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시상식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네트워킹 모임으로 이뤄졌습니다. 먼저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우리 시대를 응시하는 18개의 시선이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오히려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해 고민에 깊어졌다며, 자신의 작품이 미약하게나마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진 정민철 온라인 혐오문화 대응 TF위원의 미니 특강 '퍼스널 브랜딩과 효과적인 콘텐츠 제작 방법'은 참여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혐오에 맞서는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콘텐츠에 담고,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실전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황희두 이사, 정민철 위원과 참여자들이 함께한 대화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오간 대화 속에서 참여자들은 온라인 혐오 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깊고도 유쾌한 통찰을 나누었습니다. 한 학부모님은 우리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혐오의 실태가 이 정도인 줄 정말 몰랐다 라며 미안함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셨습니다. 그 곁에서 한 10대 참여자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혐오의 놀이화를 담담하게 말하며 10대인 내가 과연 혼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된다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막막한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재단이 이번 공모전을 연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혐오의 파도에 맞서려면 우리 사회의 실태를 정직하게 읽어낼 줄 아는 창작자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가 느꼈던 '혼자'라는 고립감을 '우리'라는 연대감으로 바꾸어주는 것, 즉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외롭게 혼자 싸우지 않도록, 서로를 발견하고 단단하게 연결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재단이 콘텐츠랩 공모전을 연 목적이었습니다.
네트워킹 모임이 끝나고 수상작을 함께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상작들이 상영될 때마다 사뭇 진지한 눈빛과 박수소리가 현장을 채웠습니다.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노무현시민센터 투어까지, 그날의 공기는 참 맑고 투명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며칠 뒤, 재단으로 가슴 뭉클한 메일 한통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이 그동안의 공모전 중에 가장 울컥하고 뜻깊었다고 고백해주신 한 수상자분의 편지였습니다. 조롱이 놀이가 된 실태를 보며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는 고백과 함께 부모들이 먼저 이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며 세대별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는 귀한 제안까지 덧붙여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받은 상금을 재단에 기부하여 더 좋은 뜻에 써달라는 소중한 마음을 전해 주셨습니다.
영상 부문 깨어있는시민상작의 제목처럼, 우리는 그날 서로의 다름 위에 단단한 다리를 하나씩 놓았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에서 재단은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기꺼이 콘텐츠로 응답해주신 모든 창작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더 넓고 깊은 사람사는세상의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콘텐츠랩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1. 깨어있는시민상
- 우리가 대한민국이다(김강유, 김은유, 송하율, 송하준, 유인선, 유호선, 이동건, 이원준, 이준서, 장준희, 진주원, 진희원)
: '너를 위해 멈춰! - 다름 위에 다리를 놓다'
- 허수영 '키보드 무기'
2. 어깨동무상
- 고은영 '의견의 자리'
- 이경민 '현시대에 재조명되는 노무현 정신'
- 디로그(배유미, 강영훈) '사람의 겹, 사람의 곁'
- 황은현 '10대 극우화, 노무현 정신으로 답하다'
3. 이의있습니다!상
- 김혜준 '요즘 학생들의 문제점과 해결 방도'
- 강예령 '당신의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 고정은 '사람사는세상'
- 김우민 '사람을 지우지 않는 민주주의와 노무현재단'
- 세이마이네임(박성희, 유지원) '이름에게'
- 오현철 '혐오하기 전에 질문하세요'
- 이소희 '유영, 숨을 쉬다'
- 이시후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 정우준 '계란 한 판'
- 정현진 '이방인'
- 하이팀(김민준, 소현우, 이서찬, 하지원) - '넘어야 할 선 - 혐오와 차별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