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소식
그 여름, 봉하에는 새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 ①
[제16기 노무현장학생 봉하캠프 후기] 김지혜, 정하은
–
올해 초여름, 제16기 노무현장학생들과 함께 봉하로 향했습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질문과 마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람 노무현’을 다시 만나기 위해, 그리고 그가 걸었던 길 위에서 우리가 어디쯤 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위해 떠난 길이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무게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의 노무현을 톺아보는 시간.
정치와는 조금 멀게 느껴졌던 이야기들이 어느새 가슴 깊이 스며들고,
그의 삶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캠프에 함께한 장학생들 중 네 명이 마음을 열어, 봉하에서의 경험과 감정을 후기로 남겨주었습니다.
햇살 가득했던 봉하의 하루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해준 그 시간 속 풍경들.
지금부터 그 소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주에 2명, 다음주에 3명의 장학생 후기를 총 2주동안 게시할 예정입니다.
① 김지혜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약간의 긴장과 함께 시골의 편안함을 상상하며 봉하로 출발했다. 기차에서는 잠을 잤고 도착 시간이 다가올 때쯤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서울에서는 못 보는 끝없는 초록색이 역시 좋았다. 집과 가족이 아닌 또 다른 곳이 나를 반겨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학생 친구들과는 수료식에서 진행했던 버킷리스트를 적어 보는 시간 때 말고는 교류한 적이 없어서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노무현 장학생이 되어 만난 이 관계가 신기하고 소중했다.
간식과 샌드위치를 먹고 인사를 나눈 후 노무현 대통령님 묘역에 참배를 하러 갔다. 아무래도 형식이 정해져 있다 보니 긴장이 됐고 강한 햇살 때문에 땀이 계속 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지금 봉하에 왔다는 것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정신보다는 노무현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모습과 마지막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크고 넓은 공간을 걸으며 바닥을 봤고, 그리움이 묻어있는 멋진 글들을 읽었다.
다음으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와 전시관을 방문했다. 역시나 생가는 전 엄청난 으리으리한 집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연과 아우러져 있는 모습이 좋았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생활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특히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나눴을 서재가 인상 깊었다. 전시장에서는 내가 몰랐던 정치인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엄마와 봉하에 방문할 생각을 하며 그때 더 천천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일정이 끝나고 우린 다목적실에 모여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나의 장점에 대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주해보는 시간이었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남들이 나에게 칭찬했던 것들을 써보았다. 같은 조 친구들에게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에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밌었고 다른 친구들의 생각과 삶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꼭 워크숍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서로 궁금한 점들을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박2일의 시간을 봉하에서 장학생 친구들과 보냈다. 내가 노무현 장학생이라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캠프 시작과 동시에 이사장님의 말씀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시 노무현 장학생답다는 것은 높은 지위와 유명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노무현 장학생이 되며 만난 관계와 의식, 장학금은 내가 조금 더 나를 사랑하고, 나아가 사람을 생각하고 세상을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캠프를 통해 낮은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특히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사람 노무현과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뻤다.
② 정하은
6월 말의 봉하는 뜨거운 햇빛이 가장 먼저 우리 장학생들을 반겨주었다. 진영역에 하나 둘 모여 약속이라도 한 듯 삼삼오오 택시를 잡는데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1박 2일 여정의 설렘을 안은 채 봉하에 도착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신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곳, 나는 그분의 이름이 새겨진 장학생으로서 그 꿈의 흔적을 따라 봉하 마을을 찾았다.
이번 캠프의 주제는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였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들렸던 이 말의 의미를 캠프 활동을 통해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장학생들이 모여 삶의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았고 서로의 다름이 더 풍성한 공감과 이해로 이어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대화가 공동체의 시작이자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봉하캠프의 첫 일정으로 묘역 참배 시간을 가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묘역과 가는 길바닥을 빼곡히 채운 박석이 기억에 생생하다. 단지 슬픔을 넘어서 그리움과 존경, 이어가겠다는 다짐들. 그 자리에 선 순간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애정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활동은 최호진 소장님과 함께한 ‘장학생으로서의 나’이다. 지난 3월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 중 무엇을 이루었는지, 추가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이 있는지 점검해 보고 노무현답게 살아가기 위한 원칙을 조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태도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조원들 또한 각자가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과 그것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진솔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이 시간은 단순한 공유를 넘어, 내 삶의 방향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이번 캠프는 같은 이상을 꿈꾸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심 어린 대화가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를 깨닫게 해준 힐링의 순간이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인연들이 잠깐의 인연으로 스쳐 지나가지 않기를, 서로의 삶에 오래도록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봉하에서의 하루는 짧았지만, 그 하루를 꾹 눌러 담은 장학생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습니다.
이 작은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세 명의 장학생이 들려주는 봉하의 이야기를 전할게요.
계속해서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