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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소식

봉하마을, 익숙하면서도 늘 특별한 그곳에서

이정호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장과의 대화

by노무현재단 · 2025.12.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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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이정호 관장이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의 새로운 관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며, 오랜 시간 노무현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분입니다.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봉하마을을 꾸준히 찾으며 인연을 이어왔고, 지금은 시민들과 함께 전시관을 가꾸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이정호 관장은 대통령과 함께했던 기억, 봉하마을에 깃든 특별한 의미, 그리고 전시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봉하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자리에서 그 목소리를 전합니다.

 

 

 


 

 

관장님 반갑습니다. 

후원회원님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어떤 인연으로 봉하마을에 오시게 되었는지 들려주세요.

 

2001년 하반기쯤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준비하시던 시기였죠. 부산의 대학교수 몇 분과 함께 다양한 정책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대통령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2002년 대선 당시 부산 선대위에서 정책팀장을 맡았고,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대통령실 비서관과 수석비서관으로 오랫동안 대통령님을 보좌했습니다.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오신 뒤에는 가까운 부산에 산 덕분에 종종 찾아뵙고 자원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2009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대통령님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봉하마을을 자주 찾았고, 묘역이 조성된 이후로는 2018년까지 매월 열리던 묘역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봉하마을의 현안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봉하마을은 제게 아주 익숙하고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특별한 장소입니다.

 

 

대통령님과의 특별한 기억 중 하나를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순간이 관장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대통령님 곁에서 늘 느꼈던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께선 집중력과 이해력이 아주 남다른 분이셨어요. 책 한 권을 읽어도 깊이 사색하셨고, 정책 논의에서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대통령님을 보좌하면서 늘 “따라가기 버겁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2008년 가을쯤으로 기억합니다. 봉하마을에서 문경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대통령님께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권해드렸어요. 서거하시기 직전까지 서재 책상 위에 올려 두시고 반복해서 읽으셨던 책인데요, 열흘 정도 지나서 봉하마을에서 대통령님을 다시 뵈었는데, 이미 책 내용을 훤하게 꿰뚫고 계셨습니다.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방향을 고민하시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수준의 질문들을 던지시는데 정말 쩔쩔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전시관장으로 취임하시고 몇 달이 흘렀습니다. 

일상의 변화나 특별히 다가왔던 순간이 있었다면요?

 

5년 전 기념관 건립 추진단장으로서 전시관의 기반을 닦으신 차성수 초대 관장님의 노고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차 이사장님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적 토대뿐 아니라, 전시관을 내실 있게 이끌어갈 운영의 기틀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지역 시민사회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신 것도 큰 의미였습니다.

 

저는 그분이 닦아 놓은 길을 더 고르고 넓게 다지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연대의 힘으로 봉하마을을 가꾸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사람사는 세상 다운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이름 자체에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전시관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향해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워온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에서 전시관이 자리한 봉하마을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어린 소년이 나고 자라 결혼을 하고 사법시험을 통해 판사가 되었으며, 대통령 퇴임 후 고향에 돌아와 마을을 가꾸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흔적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생의 마지막이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다짐 속에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시관은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을 시각화하고 전달하는 곳입니다. 대통령의집, 생태문화공원과 함께 백 년 뒤에도 노무현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역사적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전시관을 방문하지 못한 시민분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나 장면이 있다면요?

 

꼭 추천드리고 싶은 곳은 4전시실 ‘육성의 방’입니다. 영상이 아닌, 오로지 대통령님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목소리를 듣다 보면, 영상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울림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요즘 같은 계절에는 봉하마을의 생태문화공원을 함께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생전에 아이들이 봉하마을에서 마음껏 뛰놀며 생태계를 배우길 바라셨습니다. 그 뜻을 이어 생태문화공원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굳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산책 삼아 공원을 걸으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대통령님의 흔적을 하나둘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후원회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인사나 다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대통령님께서 그러셨듯이, 봉하마을을 찾아주시는 후원회원님과 시민들께 ‘즐거움과 위로’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친 삶에 잠시나마 휴식이 필요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우실 때 언제든 봉하마을을 찾아와 주세요. 사람사는 세상에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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