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안내재단소식재단소식
권양숙 여사 등 유족,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각 정당대표, 참여정부 관계자 포함
2만여 명의 시민 봉하마을 방문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5월 23일 오후 2시 경상남도 김해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에서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됨에 따라 올해 추도식은 시민 참여형으로 전환해 유족,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정당, 정부 대표를 포함해 2만여 명의 시민이 함께 했습니다.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이 노란 물결로 뒤덮이기 시작할 때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입장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5년 만에 추도식에 찾아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정당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허은아 수석대변인, 정의당 배진교, 심상정 국회의원 등 각 정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도 이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정부 대표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참석했고,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변성완 부산광역시장 후보도 추도식을 찾았습니다.
그 외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이낙연, 한명숙 전 총리, 노무현재단 정세균 이사장, 윤태영, 이정호, 차성수, 천호선, 황희두 이사 및 도종환, 문성근, 유시민, 이병완, 이재정, 정영애, 최교진 등 재단 임원과 김홍걸 국회의원이 김대중 대통령 유족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추도식은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국민의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추도사, 추모공연, 시민 추도사, 주제영상 상영, 정세균 이사장 감사인사, 추모합창, 참배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내빈 및 유족 소개에 이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공식 추도사를 낭독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지원을 인도주의나 동포애의 차원이 아닌 인간의 도리로 접근했다”며 참여정부의 첫 통일부장관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을 때를 회고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생전의 당신 말씀처럼 우리 정치도 늘 깨어있는 강물처럼 바다로 갈 것이라 믿습니다”라는 말로 추도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추도사
노무현 대통령님! 오랜만에 당신의 이름을 부르다 보니, 지난날 당신과 저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가슴이 좀 뭉클해집니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 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우리는 벌써 열세 번째 봄을 또 맞이했습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찬란하지만 가슴 아픈 5월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늘 이곳 봉하 마을에 모였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던 제가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계속 일하게 되면서 당신을 만나게 된 건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당신께서 저에게 하셨던 ‘큰 말씀’은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2003년 4월 말 평양에서 열릴 제10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회담 운영계획을 대면 보고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로 올라간 저에게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돕는 건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돕는 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도리!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우리 남한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 북한 돕기라는 말씀이었지요. 이건 의식 수준이 보통 높지 않고선 할 수 없는 말씀입니다. 이런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만들어내신「10.4 남북 정상선언」의 정신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오늘도 유효한 가치입니다. 앞으로도 이어나가야 할 정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고자 하셨습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그들에게 휘둘리기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려고 애쓰셨습니다.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 주제에 무슨 균형자냐? 한미동맹이나 잘 챙기라”는 보수진영의 비난과 비아냥 때문에 곤욕을 치르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6위의 군사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노무현 대통령님 생전의 꿈이었던 ‘줏대 있는 외교철학’을 되살려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능히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약소국 의식을 버리고 자국중심성(自國中心性)이 있는 외교를 해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봉하 마을을 찾아왔더니 당신께서 퇴임하신 후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시던 이곳에 당신께서 추구하셨던 가치를 담아낸 기념관이 우뚝 들어섰군요. 당신께서 삶을 통해 온 몸으로 보여주셨던 기득권 및 수구세력과의 투쟁,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이고 “남북협력은 도리”라면서 외교에서도 자국중심성을 키우고자 하셨던 그 정신은 당신께서 가신 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화두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대선 패배 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길은 평지에서도 곧게만 흐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강물은 구불구불 흐르면서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전의 당신 말씀처럼, 우리 정치도 늘 깨어있는 강물처럼 바다로 갈 것이라 믿습니다.
봉하 들판을 바라보며 서 있는 저 기념관에 당신께서 마저 이루시지 못한 꿈도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그 꿈을 마저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이끌어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 다시 한번 당신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립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추도사가 끝난 이후, 작은 추모 공연이 마련됐습니다. 가수 강산에 님이 ‘지금’,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두 곡을 부르며 노래로 추모의 마음을 함께했습니다.
조규애 시민 추도사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오늘도 평안하신지요?
어느덧 당신이 우리를 떠난 지 13년째 되는 해입니다. 매년 이 날이 되면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사무치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이 마냥 아프지만은 않습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하셨던 약속대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오늘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로와 힘이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제가 당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0년의 일입니다. 3당 합당 전당대회에서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던 TV 속 당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올곧고 당찬 젊은 정치인, 내가 알게 된 당신의 첫 모습입니다.
그 뒤로 내 삶이 바빠 당신을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가 됩니다. 당신이 노사모와 함께 2002년 대선에서 노풍을 불러일으킬 때도 내 자식 키우느라 바빴습니다. 당신에게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봉하마을에서 다시 만난 당신은 소탈한 시민이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대화하고 노래하는 당신의 모습은 마냥 행복해 보였습니다. 2009년 2월 진영으로 이사 오면서 그런 당신을 자주 만날 수 있으리라 막연히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떠나보내는 5일 내내 그저 슬퍼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저는 당신이 떠난 봉하마을에서 봉화산을 오르고 화포천을 거닐며, 당신이 만들고자 했던 ‘사람사는세상’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두 딸의 손을 잡고 수차례 광화문으로 나가 촛불을 들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역사를 함께하지 못한 후회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으로 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부모가 되고 싶었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봉하마을은 저에게 있어 손님이 오면 꼭 들려야 할 장소가 되었습니다. 당신에 대한 애정으로 2019년부터 노무현재단의 후원회원이 되었고, 올해에는 당신이 살던 ‘지붕 낮은 집’을 당신을 대신해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자원봉사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당신의 생일을 맞아 비로소 문을 열게 될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의 시민 해설사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당신의 일생과 꿈,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겠습니다. 당신의 소박함과 따스함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저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게 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으로 이끌었습니다. 저도 당신의 생각과 제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깨어있는 강물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말씀처럼 굽이쳐 흐르더라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가꾼 5월의 푸르른 화포천이 당신을 더욱 생각나게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주제영상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정세균 이사장은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정세균 이사장은 “시민으로 돌아간 노무현 대통령의 꿈은 ‘국가가 국민을 존중하는 사회’였다”며 “그를 위한 진정한 추모의 시작은 이루지 못한 꿈이 깨어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세균 이사장은 곧 개관할 서울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시민센터’와 봉하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소개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바란 민주주의의 진보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자”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추도식의 마지막 순서는 김해 진영이음합창단이 ‘상록수’를 불렀습니다. 추도식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후 묘역으로 이동해 참배를 올리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 제5전시실 ‘바보 노무현, 그리고 노사모 - 대통령 선거’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추도식 당일 특별 개관했습니다. 방문객들은 총 10개의 전시실을 관람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만나고 이를 통해 대한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시민문화의 성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전시실에 있는 등산화(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전 마지막으로 신었던 등산화)는 방문객들을 숙연케 했습니다.
전시관 2층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고시 공부를 했던 토담집 ‘마옥당’이 봉하들판 건너로 한눈에 보였습니다. 전시관은 오는 8월 27일 정식 개관 예정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철학, 정치역정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민주주의 학습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추도식에 앞서 오전 10시경 봉하마을에 도착해 전시관을 미리 관람했습니다. 디지털 방명록에 '그립습니다 문재인'이라고 작성한 뒤 정세균 이사장과 함께 전시관을 관람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내부를 둘러보다 제2전시실에 전시된 노무현 대통령의 합격수기 ‘과정도 하나의 직업이었다’가 실린 <고시계>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이어 <고시계> 주변 책들을 가리키며 “나도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 이 책들로 준비했다”며 “아직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1975년 9월 특허청에 실용실안 등록한 독서대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0여분 가량 둘러보고 나온 뒤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작성하고 전시관을 나왔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착용한 등산화 앞에서 발길을 멈춘 문재인 전 대통령
추도식 당일 봉하마을에는 2만여 명의 시민이 다녀가셨습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께해주신 시민 여러분, 또 멀리 13주기 추도식을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다시보기
주요공지 |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 채용 공고(시설관리) | knowhow | 2022.05.04 |
주요공지 | 추모성금과 후원금을 보내주신 단체들입니다 (2022년 7월 1일 현재) | 운영자 | 2009.09.30 |
주요공지 |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하여 | 운영자 | 2009.06.12 |
주요공지 | [전문] 대통령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 | 운영자 | 2009.05.27 |
2547 | [7월 바탕화면] 썰매노짱 | 콘텐츠팀 | 2022.07.04 |
2546 | 봉하마을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시범 개관 안내 | 봉하사업본부 | 2022.07.01 |
2545 | “지역 불평등,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 콘텐츠팀 | 2022.06.13 |
2544 | [노무현장학생 캠프 후기] 사랑 모인 마을, 사람 붙은 마을 | 김여진/노무현장학생 | 2022.06.10 |
2543 | [노무현장학생 캠프 후기] 노란빛 희망과 오월의 이유 | 이시준/노무현장학생 | 2022.06.10 |
2542 |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정기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 | 봉하사업본부 | 2022.06.02 |
2541 | [6월 바탕화면] 반가워, 노무현 할아버지야 | 콘텐츠팀 | 2022.05.31 |
2540 | “다들 서울로만 가려 해요” | 콘텐츠팀 | 2022.05.26 |
2539 |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 콘텐츠팀 | 2022.05.24 |
2538 | “노짱의 추억과 흔적 찾기, 동지들과 함께 걷는 행복” | 문화협력사업팀 | 2022.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