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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변호사 노무현은 왜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by콘텐츠팀 · 2022.7.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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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녕. 한 달 동안 잘 지냈어? 장마 소식에 기분이 우중충했는데 오늘 서울은 밝은 해가 떴어. 시민이 사는 동네는 어때?

얼마전 콘텐츠팀은 서울 대학로에 다녀왔어. 노무현 대통령의 초선의원 시절을 그린 연극이 있다고 들었거든. 평일 낮 시간이었는데도 객석에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연인 관객, 모녀 관객, 어르신 관객까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

너무 민들레만 본 연극처럼 자랑했지? 미안해. 시민을 위해 연극 ‘초선의원’은 올 가을 문을 여는 노무현시민센터에서도 공연할 예정이야. 이번 민들레는 연극을 만든 극단 ‘웃는 고양이’ 오수현 대표와 극본을 쓴 오세혁 작가를 만나봤어. 그럼 바로 시작할게!

  • 읽기 전 여기를 누르면 유튜브에 공개된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어. 참고로 실제 공연이 영상보다 1000배는 좋아!
  • 지난호 이벤트 당첨자는 민*승(3930), 정*숙(8888), 심*주(9457), 이*정(8212)야. 이번 호에도 책 선물 이벤트가 있으니 뉴스레터를 읽고 꼭 참여해 줘.
  • 지난달에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나눴어. 이번에도 많은 의견을 남겨봤는데, 아래 버튼을 누르면 읽어볼 수 있어.
“변호사 노무현은 왜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연극 ‘초선의원’ 제작자 오수현, 오세혁
오수현 대표(우)와 오세혁 작가(좌)
먼저 시민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
오수현(이하 수현): 안녕. 나는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일찍 명예퇴직을 했어. 젊어서부터 연극을 좋아해 ‘웃는 고양이’라는 극단을 만들고, 얼마전 연극 ‘초선의원’을 만들었어.

오세혁(이하 세혁): 난 오수현 대표의 제안을 받아 연극 ‘초선의원’의 극본을 만든 작가 오세혁이라고 해. 현재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네버엔딩플레이’라는 공연 제작사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어.

연극 ‘초선의원’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거야?
세혁: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고 그분에 관한 연극이 많이 나왔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다룬 극이 대부분이어서 슬프더라고. 언젠가 이분의 가장 빛났던 시절을 연극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나는 그게 초선의원 시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러던 중 오수현 대표가 찾아왔지.

수현: 대통령에 관한 연극을 기획할 때 주변 사람들의 많은 의견이 있었어. 주로 대통령이 되고 난 후의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런데 나는 대통령이 된 후의 이야기는 연극으로 올리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오세혁 작가에게 제안하면서 내 생각을 말하자 초선의원 때 이야기를 하면 어떻겠냐고 하는 거야. 생각이 딱 맞은 거지.
1988.07.08. 초선의원 노무현의 첫 대정부질의  
1988년, 5공 청문회가 우리나라 청문회 역사 처음으로 국민에게 TV로 생중계됐어. 두 사람은 그 때의 기억이 있어?
수현: 당시 5공 청문회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다 봤을 거야. 시청률이 80%에 달할 만큼 관심이 높았거든. 나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가슴을 치며 청문회를 봤었어. 증인으로 나왔던 사람 대부분이 그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이는 데 얼마나 뻔뻔했던지. 6월 항쟁을 거치며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는 과정에 있었지만, 역사가 쉽게 바뀌진 않겠구나 생각했었어.

세혁: 나는 그때 초등학생이었어. 사실 청문회에 대한 기억은 없어. 88올림픽만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지. 신기한 건 그때 전 국민이 분노하고 우리 역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는 올림픽을 보며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나는 겨우 8살이었으니까.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심각하고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연극을 준비하며 들었어.

초선의원 노무현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며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 있어?
세혁: 처음  연극을 기획할 땐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청문회 스타’ 이야기로 접근했어.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행적을 공부하다 보니까 궁금증이 생기더라고. 법으로 학생과 노동자를 지켜주던 노무현 변호사는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대통령까지 꿈꾸게 됐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노무현 변호사가 자신의 궁금증을 따라가는 과정을 이야기로 쓰게 됐어.

수현: 초선의원 노무현은 국회 안에서 이합집산하며 높은 당직을 차지하려 싸우는 일엔 관심이 없었어. 현장에 찾아가 소외된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데 관심이 있었지. 자신들끼리 가슴을 치며 통곡하던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했을 때 마음이 어땠을까? 이들의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던 초선의원 노무현의 모습을 풀어내는 게 연극의 핵심이라 생각했어.
‘초선의원’공연 중 노무현 변호사를 재현한 ‘최수호 변호사’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극을 해석하고 공연을 준비했는지 궁금해
세혁: 연극이 과거의 이야기로 끝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노동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 배우들이 연극 속 이야기를 실제 자신들이 겪는 이야기로 느끼길 바랐어. 배우들도 연극이 없을 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거든.

 

수현: 배우들 대부분이 80년대 후반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여러 사료를 보여주고, 당시 영상을 찾아 함께 보며 연습했어. 지금의 노동 상황과는 다른 그 당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했지. 놀라운 부분은 배우들도 공연하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점점 극 속의 인물이 되어갔어. 어찌 보면 배우들도 극을 통해 성장한 거지.

세혁: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재현한 ‘최수호 의원’ 역을 맡은 두 배우는 부담이 엄청나게 컸어. 이들에겐 대통령이 된 사람을 연기하지 말고 40대 초반에 뜨겁게 좌충우돌했던 사람이 되라고 말해줬어.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배우들이 본인의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
‘초선의원’ 공연 중 문송면 군과 이야기를 나누는 초선의원 최수호

연극에서 이석규 열사, 문송면 군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인상깊었어

세혁: 이분들의 실명을 쓴 건 오수현 대표의 의견이었어. 다른 인물들은 모두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는데, 이분들의 이름만큼은 그대로 쓰면 좋겠다고 말해줬어.

 

수현: 지금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때와 이어져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가 17살이었어.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와 공장 노동자가 되고, 거기서 두 달만에 수은 중독에 걸린 거야. 지금도 청년들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어. 전동차가 다니는 스크린도어 안쪽에,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에 들어간 건 모두 청년이었지.

 

세혁: 청년노동자 한 분이 연극을 보러 온 적이 있었어. ‘지금 우리를 위해 이렇게 발 벗고 나서주는 국회의원이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더라. 1980년대 초선의원 노무현이 연극을 통해 2022년의 청년노동자와 함께하는 사람이 된 거야. 다시 동시대성을 갖게 된 거지. 이번 연극을 만들며 가장 큰 의미를 준 말이었어.

 

이번 연극을 만들며 명확하게 든 생각이 있어. 잊힌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건 큰 의미가 있다는 거야. 이석규 열사, 문송면 군, 노무현 대통령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은 점점 사료 속의 이름이 될 거야.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인물들을 지금 시대로 끌어오는 작업을 계속해 보고 싶어. 나중에는 전태일·박종철 열사 같은 분들을 소개해볼 생각이야.

연극을 만들며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아. 두 사람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노무현의 말이 있을까?

수현: 나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가장 만들기 쉬운 세상일 수 있는데 아직까지도 만들지 못했어. 모든 사람이 사람사는세상을 위해 올바른 길을 찾고, 움직이며 힘을 찾는다면 점점 더 빨리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 나도 그 삶을 이어가야지.

 

세혁: 나는 ‘실패’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더라. 자서전 등 노무현 대통령의 글을 보면 계속 ‘실패했다’는 말이 나와.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실패했다,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해서 자기 삶을 되돌아본 거지. 그리고 실패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 방향을 바꿔 뜨겁게 달려간 거야.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보며 나도 실패했을 땐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마지막 질문, 올 가을 서울에 노무현시민센터가 문을 여는데 여기서 ‘초선의원’도 공연될 예정이라 들었어. 시민에게 초대의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수현: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장르야. 배우와 마주보고 있으면 배우의 땀방울, 숨소리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어. 그리고 그만큼 배우의 연기를 더 빠르고 크게 흡수할 수 있지. 시민도 연극 속 최수호 변호사와 함께 호흡하며 그가 처한 상황을 함께 느껴줬으면 좋겠어.

 

세혁: 맞아. 공연한 배우들도 처음에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우러러보는 수준이었다가 연습을 하면서 점점 이분을 사랑하게 됐다고 해.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치는데 관객들이 너무 사랑해주니까 본인들도 큰 보람을 느꼈다 하더라고. 하루 24시간 중 2시간 정도만 함께 나눠주면 나머지 일주일을 살아갈 기운이 생길 거야. 나도 그래서 20년 동안 연극을 만들고 있으니까. 시민도 나와, 배우들과 좋은 기운을 나누러 꼭 와줬으면 좋겠어.

‘초선의원’을 만든 두 사람과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시민은 이번 이야기 어땠어? 민들레도 공연을 보면서 초선의원 노무현은 정말 노동자를 위해 국회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과거 청문회나 대정부질의 속 목소리를 들어봐도 그렇고. 지금 국회에도 노동자, 특히 가장 힘이 약한 청년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번에도 돌아온 책 선물 이벤트. 이번에는 특별한 질문을 준비해 봤어. 시민이 생각하는 사람 노무현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야? 이번 민들레에 대한 후기와 함께 설문에 참여해주면 추첨을 통해 5명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를 보내줄게.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1994년 ‘노무현 전 의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야.
‘민들레’는 노무현재단 콘텐츠팀에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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