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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센터 새소식

[노무현의서재 후기] 시민들의 이야기 속 반짝이던 희망

노무현의 서재 1기 수강생 양슬기

by양슬기/수강생 · 2021.2.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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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노무현시민학교.png

 

아주 오랜만에 꽤 긴 휴일을 얻게 된 2020년 12월. 왠지 숨 가쁘게만 지나왔던 지난 몇 년간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 생겼습니다. 

 

‘시민’으로써 나의 역할과 가진 역량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2018년을 지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고 아등바등했던 2019년, 그리고 2020년. 저의 조금 특별했던 2020년 시작에는 2019년의 끝자락에 만난 「노무현의 서재」가 있었습니다.


사실 2019년의 저는 사춘기 때와 견주어보아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짧은 인생사 가운데 유래 없는 ‘사나움 모드(?)’였습니다. 평범한 한 시민으로서 참여하는 생활정치와 시민활동을 통해 ‘우리 모두를 더 행복하게 할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확신이 있었던 20대의 저는 서른을 앞둔 어느 날 즈음부터 문득 큰 불안과 공포를 겪었습니다. 

 

사회에서 부대낄수록 나를 잠식해오는, ‘선의’ 하나만 가지고는 그 ‘무언가’를 구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 개인의 짙은 욕망들이 뒤범벅된 세상의 모든 것은 오직 그 욕망의 이해관계와 탐닉에 따라서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의 연속. 

 

과연 사회의 진보와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는 게 이성적인 것인지, 진정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그렇게 깊어져 갔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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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인적인 부침들로 인해 작아져만 가던 어느 날, 「노무현의 서재」 1기를 모집한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문득 현실의 크고 작은 모순들로 인해 괴로울 때마다 우연히 만났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과 문장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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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언가를 할 힘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었던 순간들에 ‘노무현의 문장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노무현의 서재」는 노무현을 더 깊게 공부하는 소모임’이라는 소개글을 보며 과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신청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찾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직감과 함께 이번이 아니면 더는 희망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미묘한 절박함이 작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제 등을 떠밀었습니다. 

 

두 번 망설이지 않고 수강신청을 했고 그렇게 「노무현의 서재」 1기 과정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노무현의 서재」는 노무현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던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태도, 책임 등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님은 물론 대통령님과 뜻과 행동을 함께했던 많이 이들의 행적을 통해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 노무현시민학교 (1).png


10주간의 모임은 수강생 각자가 노무현 대통령 및 참여정부와 관련된 책과 자료 등을 ‘직접’ 살펴보고 이를 통해 얻은 개인적인 감상과 평가, 또는 궁금한 점들을 함께 나누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80년대 끄트머리에 태어나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제겐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역사와 주요한 시대적 사건들을 두루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요 정치·사회·문화적 사건들을 짚어보는 과정은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진 서재 안에서 가감 없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의 전후 상황과 시대상을 좀 더 상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갓 서른을 넘긴 제게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의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 이야기는 물론 참여정부 당시 노사모를 비롯해 함께 마음을 더했던 시민들의 서사를 구전으로 듣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의 순간들이었습니다. 

 

각자가 마음 한편에 고이 품고 있었던 ‘시민’으로서의 역사들을 흔쾌히 나누어주신 동기 학우님들 덕분에 그 시대를 잘 모르는 청년인 저 역시 시간의 간극을 훌쩍 뛰어넘어 함께 마음을 다해 울고, 또 웃을 수 있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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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명한 누군가의 설명이나 해석에만 의존해서 ‘노무현’이라는 인물과 참여정부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수강생 각자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평가하고, 그 내용들을 서로 간의 사려 깊은 소통을 통해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는 점입니다. 

 

매주 교재를 읽고 교재를 바탕으로 주제와 관련된 쪽글을 쓰고 공유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를 통해 시민으로서 좀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부쩍 키울 수 있었습니다.


후원회원이 된 이후 노무현재단에서 수강한 첫 강좌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노무현'의 진가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고백하자면, 10주간의 과정을 마친 뒤 제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내가 그간 너무 급하게, 잰걸음으로 달린 건 아니었는지, 그러다보니 너무 작은 일들에 쉽게 실망하거나 지쳤던 건 아니었는지 그간의 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했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진정한 의미와 그 가치가 무엇인지 서재에서의 배움을 바탕으로 조금은 음미할 수 있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수확이었고, 또한 제가 수많은 ‘시민’들의 이야기 가운데 찾고자 했던 희망이 아닌가 합니다.

 

[사진] 노무현의서재 (1).png


서재에서의 배움을 밑천으로 2020년의 저는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사회와 정치, 정책, 인권에 대해 더 넓고 깊게 공부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좀 더 선명해진 문제의식과 방향성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사업과 시민활동에 참여하며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1년에도 「노무현의 서재」를 통해 ‘시민 노무현’을 사랑하는, 그리고 ‘시민’으로서 살아가길 원하시는 많은 분들이 모여 성장과 연대의 계기들을 만들어가시길, 그리하여 ‘사람사는 세상’이 매일 더 가까워오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참여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2004~2006)을 지냈던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과학 사랑을 책 『그가 꿈꿨던 혁신 성장』으로 써냈습니다. 박기영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되는 선진국을 만들고 싶어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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