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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깊이있는 자료와 취재로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글입니다.

(26) “한국에서 UN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은 멋진 일 아닌가.
욕은 내가 먹는다니까…”

이백만 교장의 노무현 이야기 2013.02.22

(26) “한국에서 UN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은 멋진 일 아닌가.
욕은 내가 먹는다니까…”

[이백만교장의 노무현이야기] 반기문

운영자

▲사진1. 2006년 10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반기문 차기 UN 사무총장 임명 축하 주한외교단 초청 만찬에서 반기문 총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노무현사료관 사료번호 54586]   

“UN 사무총장이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본시 그분(반기문)이 훌륭하고 국제무대에서 신망이 있는 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균형외교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거기 안 시켜줍니다.”

한국이 ‘세계 외교대통령’을 배출했다. 2006년 10월이다.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UN 사무총장에 임명된 것이다. 국가적인 큰 경사였고,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2006년 한국의 UN 사무총장 배출은 2002년 월드컵 4강 달성보다도 더 큰 국민적 자부심을 심어 주었고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의 국격을 몇 단계 더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뚝심 인사’와 치밀한 준비, 그리고 균형외교정책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자기 자랑하기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노무현이 이때 한 마디 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당선에 나도 생색을 좀 내고 싶었으나,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아도 돈 주고 샀느냐고 헐뜯는 나라에서 본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덮어버렸다.”

반기문 총장 탄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복기해 보자.

첫째, 반 총장의 능력과 인품이 훌륭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UN 총장이 될 수 없다. 필요조건에 불과할 뿐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 정도 수준의 인물이 한국에 한두 명 있는 게 아니다.

둘째, 노무현의 ‘뚝심 인사’가 결정적이었다.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무장관인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문책 해임하라는 목소리가 국회의사당에 울려 퍼졌다. 한나라당이 앞장섰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뒤를 따랐다. 언론이 바람을 잡은 것은 물론이다. 대통령은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인책할 수 없다”며 반 장관 경질요구를 일축해버렸다. 대통령이 그때 반기문을 경질했다면, 그는 UN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을 것이다.

셋째, 참여정부의 균형외교노선이 뒷심을 발휘했다. 참여정부는 미국 일변도 외교를 지양하는 균형외교를 추구했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기문에게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한국이 당시 균형외교를 하지 않았다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라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반기문 UN 총장'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UN 사무총장이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본시 그분(반기문)이 훌륭하고 국제무대에서 신망이 있는 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균형외교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거기 안 시켜줍니다. 한국의 균형외교가 낳은 성과입니다. 하여튼 균형외교가 좀 기여했어요. 한나라당은 균형외교 안하거든요.(일동 웃음) 대미 일변도 외교를 안 한다고 저를 얼마나 타박을 줬습니까?(일동 박수)”

 

반기문 장관 경질론은 생각보다 강했다. ‘뚝심’이라면 어느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노 대통령이었지만 장관인사 문제로 그 때만큼 힘들어 했던 적도 없었다. 반기문 UN사무총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가 일단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다음, 특보 명함을 주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외국에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낼 정도였다.

대통령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노무현은 이 참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 이미 경질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UN 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은 멋진 일 아닌가. 욕은 내가 먹는다니까…….”

노무현은 반기문의 UN 사무총장 선임이 최종 결정된 날 저녁, 청와대 참모들과 기분 좋게 한 잔 했다.

참여정부가 반기문 장관의 UN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화했을 때 한나라당은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자기비하와 냉소 그 자체였다. 일부 의원은 “우리의 처지를 모르는 철부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 “세계외교 질서를 모르는 택도 없는 짓”이라며 저주를 퍼붓기로 했다.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한나라당의 비아냥은 도를 넘어섰다. 저변에는 노무현에 대한 간악한 시기질투가 깔려있었다.

반기문 총장 내외는 2011년 12월에야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묘역을 참배했다. 서거 때 추모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던 반기문으로서는 아주 늦은 인사였다. 서거 후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사진2. 2006년 11월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UN 사무총장 내정자인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청조근정훈장(1급)을 수여했다. 이날 서훈식이 공개 진행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반 전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각별한 예우를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사료관 사료번호 5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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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님은 갔지만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광재 저, 우공이산,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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